“종이로 된 영한사전을 꼭 봐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과제를 받았습니다.
오는 11월 ‘능률-롱맨 영한사전’ 출시를 앞두고 다같이 아이디어를 모아보자는... 그 취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인터넷 영어사전 서비스 Open Dictionary를 만들고 우수성을 전파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대답하기가 참 애매한 질문이었습니다.
그 동안 생각하기 힘들어서 애써 외면했던, "종이 사전의 진실"과 마주할 때가 드디어 온것 같습니다!!
이 것은 혼자 답을 내기 막막한 문제라, Open Dictionary 공식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질문을 드렸습니다.
아직 트위터 시작한지가 얼마 되지 않아, Followers 가 많지 않지만, 몇 분들께서 답변을 보내주셨습니다.
가장 먼저 researcher_P님께서 답변을 올려주셨습니다.
“종이로 된 영한사전을 꼭 봐야 하는 이유” 라는 질문에는 “종이 사전을 봐야 한다”는 명제가 깔려있는데,
researcher_P님의 첫 답변에서 이러한 명제에 반론을 제기하셨습니다.
아무래도 ‘종이로 된 영한사전’을 논의하기 전에 일단 ‘종이’라는 매체가 사전 컨텐츠 검색에 유용한지를 따져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래에 답변하신 분들도 모두 “종이로 된 사전(이하 종이 사전)이 왜 필요한가?”라는 답변을 주셨습니다.
1. 인터넷/전자 사전의 대체재
nowni님은 종이 사전의 기능적인 역할에 대하여 말씀해주셨습니다.
종이 사전은 무겁고, 찾는데 노력도 필요하고, 글자가 작아서 보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인터넷 사전이나 전자 사전에 비해서 무조건 불편하다고만 생각했는데, nowni님께서 다른 사전의 대체재로서의 기능을 들어주셨네요. 정전으로 깜깜한 집에 양초가 필요하듯이 종이 사전 또한 이러한 쓰임새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어휘 학습 도구
dayliver님은 학교 영어선생님이신데요~ 역시 교육 전문가다운 영양가있는 대답을 주셨습니다.
기억의 단서를 다양하게 하기 위하여, 종이 사전을 병행하라는 조언이시네요.
3. 정서적 역할 + 학습 몰입
블로고스피어에서 너무 유명하신 oojoo님.
작년에 인터넷 영어사전을 새단장한, 국내 굴지의 포털에서 전략을 지휘하고 계신 분께 여쭤봤습니다.
"아날로그의 향수"라는 대목에서 크게 공감했습니다.
저도 종이 사전을 보면 학창 시절 바스락 바스락 종이를 넘기면서 단어를 찾고, 형광펜으로 표시하고, 단어장에 꼼꼼히 옮겨 적곤 했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그때 찾아본 단어들을 지금도 다 외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공부한다는 느낌이 팍팍 들어서 참 뿌듯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떻게 생각해보면 종이 사전이었기에 손을 분주히 움직이며 학습에 집중할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지금은 선반 위에 책버팀(bookend)으로 쓰이고 있을지라도~ 종이 사전은 왕년에 공부 좀 했었다는 추억이 묻어나는 애장품이예요^^
4. 종이의 편리함 / 친숙함
sujinjeong님은 친숙함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전자 종이의 발달로, 실제 책을 볼 때보다 눈의 피로가 덜한 e-book 단말기가 출시되었습니다.
또 눈동자의 움직임을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종이 신문을 볼 때보다 온라인 신문을 볼 때, 기사를 더 많이 읽는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분들이 sujinjeong님처럼 종이를 더 읽기 편하다고 생각하시네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필요 이상으로 많은 뎁스를 타고 들어가야 하고, 읽기 어려운 제품/서비스를 만든 전자사전 / 인터넷사전 / 휴대폰사전의 기획자, 개발자들이 반성을 해야 할 것 같네요^^;;
더 편하자고 만든 서비스를 도리어 불편하게 느끼도록 했으니 말이예요!
종이가 더 편하게 느껴지는 다음 이유는, 아마도 종이로 공부한 우리 세대의 습관 때문인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능률JUNIOR영어사전’을 구입한 어머니의 리뷰를 읽은 생각이 나네요.
“애가 어려서 종이 사전을 찾는걸 어려워하니 사전 e-book을 보라고 지도해야겠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요즘 아이들 놀랍지 않습니까^^
한편 제가 존경하는 이외수님께도 답변을 부탁드렸는데…
아쉽게도 직접적인 답변은 오지 않았습니다만^^;;
트위터에 남기신 아랫글을 미루어 뜻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5. 책의 본래적 가치
얼마 전 우리 회사의 북디자이너 한 분께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분은 책의 내용에 상관없이 구성이 독특한 책, 표지가 좋은 책을 사서 거의 읽지 않고 집안에 고이 모셔둔다고 합니다.
디자인을 할 때 참고로 활용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책을 소유하고 있는 느낌이 좋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디자이너 분과 이외수 선생님의 공통점은 책을 단순히 컨텐츠를 전달하는 도구로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책’이라는 것을 소장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본래적 가치로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여, 종이로 된 사전이 필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1. 인터넷 사전, 전자 사전 등을 사용할 수 없을 경우의 대체재
2. 어휘 기억의 단서를 다양하게 하기 위한 검색 수단 중 한 가지
3. 손으로 찾기와 옮겨 적기를 수행하며 어휘 학습에 몰입 가능
4. 종이로 공부한 세대가 느끼는 종이의 친숙함
5. 책에 대한 본래적 가치 추구
이렇게 종이 사전이 필요한 이유를 정리하다 보니, 종이 사전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에 욕심이 납니다.
곧 오픈을 앞두고 있는 Open Dictionary도 단순히 풍부한 정보를 편리하게 제공하는 도구에서 더 나아가, 종이 사전처럼 궁극적으로 신개념 영어 검색의 본래적 가치까지 주는 경지까지 올라갔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Open Dictionary가 유저들의 생활에 착~ 밀착되어, 효용을 제공할 수 있을지!!!
우리 팀은 오늘도 열심히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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